SYDNEY PALM BEACH(시드니 팜 비치) with 사촌형 Ben (7월 2일)

HEY~~~~~

토요일 아침이었는데, 

BEN(벤)형이 아침부터 우리집 와룽가로 찾아왔다. 

벤은 원래 와룽가에서 살면서 시티에 있는 직장으로 출근하다가, Wahroonga(와룽가)에서 시티까지 가는데 1시간이 넘게 걸리다보니 

출근과 퇴근시간에 지쳐서 시티로 독립했다. 그러다 보니 일부러 찾아오지 않는 이상은 와룽가로 올 일이 없다.

사실 내가 고3때 벤이 한국으로 온 적이 있어서 작년에 본 사이였지만,되게 반가웠다. 

내가 가족중에서 두번째로 막내이고, 다른 사촌 형 누나들이 나하고 나이 차이가 열살 이상씩 차이나다 보니까 사실 별로 안친했는데 벤은 가장 차이 안나는 형이기도 했고, 가장 마음이 잘 맞는다고 해야할까... 

벤은 보수적인 집안에서 내가 버릇없이 행동하는 것에 되게 흥미를 느끼는것 같았다. (내가 느낄때는 벤도 보수적인 것들에 질려하는 느낌이 없지않아있다.) 

한참 벤이랑 얘기하고있었는데, 아침 운동을 마친 이모가 오셔서 

'바다 보러가자, 준비하고 차로 와' 

말하시고는 차로 가셨다.

사실 어색한 조합이다. 운전석에는 벤이 앉아있고, 조수석에는 큰이모 그리고 나는 뒷자석에 앉아있는 그림인데, 둘은 영어로 말하는데에 비해, 나는 그렇지를 못하니까 그냥 쭈그리가 되는거 같았다.  

벤이 그런 나를 의식해서 몇마디 물어봐도 나는 그냥 단답으로만 하니까 벤도 더 물어볼 의지가 없는거 같았고... 큰이모도 기꺼이 통역을 해주실 분도 아니었다.  

그래서 폰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이 뭘하고 있나 연락할 애 없나' 찾고있으니

"너 때문에 일부러 가는데 폰이나 만지고 있고, 밖에 좀 봐" 

이모는 미러로 흘긋 내가 뭐하나 확인하시고는, 이렇게 한마디 쏘아 붙이신다. 


한참 둘은 대화를 하고, 나는 이모에게 한 소리 듣지 않을 간격으로 밖을 일정한 간격으로 보고, 폰을 만지면서 가고 있으니 차가 어느곳에 멈췄다.

어떻게봐도 해변은 아니었는데 화분들이 엄청 많은 창고같은 느낌이었다.

벤이 독립한 본인의 방에 놔둘 화분을 사러 온 것이었는데...  (호주에서 자라서 그런건지.. 자연적인걸 되게 좋아한다. 식물도 좋아하고, 물고기도 좋아하는거 같다. 그런데 꼭 이런 자연적인 것들로 꾸며놓고는, 인스타그램에 업데이트 하는걸 보면 약간 보여주기 식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항이 뭔가 특별한게 있는지, '산소발생기가 없이도 물고기가 살 수 있어요!' 이런걸 홍보라도 하듯이 디스플레이 해놨다. 

벤도 마음에 들었는지 'It's adorable!'하고는 같은 화분 두개를 집어들고 하나는 나에게 주고 하나는 본인이 들어서 트렁크에 넣었다.



화분 두개만큼 무거워진 차를 타고 조금 더 달리다가 보니 바다가 쭈욱~ 보였다. 

주차장이라고 생각되지않는 길가에 주차를 하고,

카페? 레스토랑? 으로 가는길에 이모와 벤이 앞장서서 가고, 나는 조금 떨어져서 갔다. 

뭔가 나와 그 둘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졌다기 보다, 둘이서 공간을 꽉 채워서 내가 낄자리가 없었던걸로 느껴졌다.

그렇게 고개를 떨구고 걷고 있으니

"고개 들어, 자신감없어 보이게 왜 그래?" 내가 걷는것을 보고는 또 한마디 붙이셨다.

"Mum, stop telling him what to do, you rather make him like that" 한국어를 알아들은건지, 아니면 분위기로 알아챈건지

어쨋든 보호해준다. 

고맙게도, 

"뭐 먹고싶어?" 벤이 물었다.

메뉴를 봤는데 영어로 발음은 할 수 있는데, 뭐가 나올지 모르는 메뉴들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Beef burger and chips' 눈에 띄였다.

적어도 맛으로 실패할 거 같지는 않아서 하나하고, 스프라이트를 시켜달라고 하고 이모가 먼저 자리 잡아놓은 자리로 갔다.


곧 벤도 이모꺼와 자기 먹을 거 오더 시키고 자리로 왔다.. 막 되게 어색했다. 4인석에서 반대편에 두명이 앉아있었고, 혼자 그 반대에 앉아있었다.

바로 옆으로 보이는 해변가를 보면서 어색함을 깰 질문을 생각하다가 

'해변을 다 걷는데 얼마나 걸려?' 라고 물을 생각으로 입을뗐다. 

"How long.."

"About 15 minutes" 벤이 신속하게 대답했다.

난 How long만 했는데 벤이 알아서 질문도 예상하고, 답변까지 했다. 언어에 센스가 있는건 부정 못하겠다.

'애가 말을하는데 입을 떼면 어떡하니' 이모는 내가 오랜만에 입을 뗏는데 벤이 말을 잘라먹고 대답한게 신경쓰이셨나보다.


바라문디구이하고, 내 버거가 나왔다.

둘은 내 음식에 딸려나온 칩스가 맛있었던지 '먹어도 되지?" 하면서 한두개씩 집어가면서 얘기했다. 

벤은 운전해야하는데 알코올을 시켰지만 이모앞에서 벤을 건드리면 안되는거 알아서 속으로만 '그럼  집으로 돌아갈 때는 이모가 운전 하시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모도 같이 마셨다...?)

'군대는 어떻게할거야? 갈꺼야?' 이모가 물어보셨다.

'어차피 공익 판정 나서, 가도 별로 힘들지는 않을거 같고, 영주권 빨리따면, 그 때 생각해보게요' 최대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벤이 '왜? 군대가면 좋잖아? 운동 시켜주고' 눈치없이 말 붙였다. (벤은 호주 시민권자라서 군대 면제다)

그래서 '거기서 운동 시켜주는건 자발적으로 하는게 아니라서 별로야' 소심하게 반박했다. 

이모도 아무말없이 드시는거 보니, 군대에 대해서는 회의적 입장이신거 같았다. 

 



조금 그렇게 불편했던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를 나와 해변을 따라 걸으니 산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뜻밖의 여정이라서 당황하긴 했는데, 다들 옷을보니 본격적인 산행은 아닌거같아서 

최대한 '이정도의 산은 무리없지'를 잘 보여주는 표정으로 올라갔다.

벤은 올라가면서 중간 중간 멈춰서 본인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는데, 잘 찍으면 저녁에 인스타그램에 올릴수 있게 잘 찍어줬다.


산을 올라가면서 중간중간에 탄 나무들을 가리키면서, 이모가 'bush fire'라고 들어봤어?' 이렇게 운을 떼셨다. 

호주는 건조해서 나무들끼리 부딪혀서도 불이난다고 이렇게 된 나무들을 'Coal'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셨는데, 사실 이미 알고있지만, 모르는척했다.


정상에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풍경인데 Palm beach에 온 상징같은거다. 두개의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다고...

바쁜 두분이 그래도 조카, 사촌동생이 호주에 다시 왔다고 데려가 줘서 고마운 날이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는 역시 어색해서, 이모가 말 걸어도, 잠도 안오는데 일부러 눈감고 안전벨트의 탄력을 베게삼아서 자는척 해서 한마디도 안하고 집에까지 갔다. 


JUNE .

20'S LIFE IN SYDNEY and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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