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무게

교회에서 91살 어르신께서 작별인사를 하셨다. 


어르신께서는 건강이 나쁘기도 하셨고, 그 늙은 몸에 버스만을 타고 울산에서 부산까지 오는 길이 너무 부담스러우셨기도 하셨나보다.

할머니께서는 예배가 끝난뒤 광고시간에 자리에 일어나서 교인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셨는데, 내 뒤에 앉아 있으셨다. 

마침 가까이 있으시겠다, 내가 어르신에 대한 마지막 예의로써 손을 내밀어서, 

"몸은 멀어지셔도, 가끔 교회에 찾아오셔야죠?"  어르신에게 악수 인사를 먼저 청하니, 

체온이 없으신 손으로 "당연히 그래야지" 하시고는 악수를 받아주셨다.


 '내가 허리를 숙여서 예를 표했어야했나' 라는 생각이 들 때쯤, 할머니께서는 할머니를 향해 작별인사하는 한 무리속으로 잠시 사라지셨다. 

그리고 내가 잠시 다른곳을 보고 있을때, 할머니가 뒤쪽에서 내 셔츠 소매를 당기시더니 "악수 한번 더 하자" 요청하셨다. 

그래서 내가  "당연히 해드려야죠!" 하고는 웃으면서 할머니의 손을 잡으니, 맞닿은 손 사이로 바스락 거리며, 익숙한것이 느껴졌다. 


그래 이 익숙한 느낌은 돈이었다.


 이 확신이 들자마자, 정색을하고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할머니께서는 오히려 내게 부탁을 하며 "할머니가 주는거야 받아, 아무말도 하지말고 받아줘" 하셨다. 

 그리고 손을 약간 펴서 확인해보니,  한껏 구겨져있는 만원짜리 한장이 보였다. 

금액이 중요한게 아니라 '이분이 나에게 이 만원을 주기까지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고민하셨을까'가 그 만원의 주름에서 느껴졌다. 


나는 이 교회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벌이가 어떻게 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중 한명이다. 

이분의 만원의 가치는 내 만원의 가치와 다르다. 그래도 이 꾸깃한 돈을 받는것이 이 분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고 생각해서 실랑이도 안하고  받았다. 


"고마워요 잘쓸게요!" 

이 말을 들으시고는 어르신께서, 두번은 뒤도 안돌아보시고 흐뭇하게 나가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나에게 이렇게 돈을 받는건 너무 익숙하다. 

옛날에 다니던 교회에 가면, 여러사람들이 나의 손에 돈을 쥐어주고, 가방에 몰래 넣어줘서, 꽤 적지 않은 돈을 받기도 했었다.

 물론 내가 잘해서 받는돈이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의 명성덕에 받는 돈들이다. 

그렇게 오히려, 나를 부족하지 않게하려는 그분들의 손길이 나를 욕심을 채워주기도 했다.  굳이 가져야한다면 명예만 얻어야만 하는 사람이 맞지만, 어느새 나는 물질까지 가져가려고 한다 

물질이 있으면 나보다 형편이 더 안좋은 사람들을 돌봐야한다. 그래, 이렇게 돈을 받으면 마음이 안좋다. 


무엇보다 이런 돈을 받아도 내가 어떻게 써야 그분들 보다 잘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렇게 돈을 주는 분들 중에는 생존을 위해 돈을 쓰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미 기본적인 것은 충족된지 오래된 사람이고, 사치를 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되어버린거같은데, 

이런부분에서 그들보다 가치있게 돈을 쓸 자신이 없다... 


그래도 다행이다 내가 그들이 주는 돈을 당연하게 받고, 남들에게 대접받는 것 또한 당연하게 여기는사람은 아니라서 말이다.


OFF THE RECORD - 엄마 아빠한테 어떻게 써야 가치있게 써야할 지 모르겠다고 하니.. 더우니까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해서, 이 만원으로 가족을위해 아이스크림을 삿다... 그래도 개인적인 소비가 아니라 가족을 위한 소비를 한걸로... :)

JUNE .

20'S LIFE IN SYDNEY and BUSAN

    이미지 맵

    부산 라이프/일기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